조국 법무부장관의 취임이후 거침없는 행보를 접하면서 국민들은 여간 혼란스럽지 않은 것 같다. 신문방송에 전해지는 소식을 보면 조장관의 5촌조카가 이런저런 범죄행위로 구속된데 이어 조장관의 딸도 비공개 검찰조사를 받았고 조만간 조장관 부인도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조장관 부인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물론 법원의 영장발부도 불가피한 것으로 언론들은 전망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조장관은 취임하자 마자 검찰 개혁안을 발표한데 이어 인사차 정당들을 방문했고 ‘검사와의 대화’자리도 가졌다.    

  이에 국민들은 조장관이 의도적으로 태연한 척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은 지금 드러나고 있는 가족들의 일과는 정말 관련이 없다는 것인지 하고 의아해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장관을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할 당시부터 당의 운명을 걸고 일전을 벌이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대표가 삭발에 나서는 등 투쟁 강도를 한층 높여가고 있다. 바른미래당도 ‘특혜장관 자진사퇴 불량장관 임명철회’ 플레카드를 내걸고 길거리 홍보전에 들어갔다.

박장우 주필

  이런 가운데 조장관은 일단 검찰수사를 지켜보겠다며 숨을 고르고 있는 민주평화당과 대안정치연대를 방문, 취임인사를 했다. 물론 평화당이나 대안정치 관계자들에게서 ‘자진사퇴’하라는 면박도 당했지만 조장관은 ‘마음에 새겨두겠다’식으로 받아 넘긴 것으로 알려진다.

  게다가 조장관은 지난주 금요일 의정부지검을 방문, 일선 검사들과 대화의 자리도 가졌다. 조장관측은 “평검사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는 설명인데 일부 검사들은 조장관 가족들의 수사 문제도 거론한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날 조장관과 서울법대 동기라는 한 고검 검사는 트위터를 통해 “검찰개혁의 당위성은 인정한다. 그런데 조장관 밖에 적임자가 없는 것인지는 의문이다”며 ‘검사와의 대화’ 자체를 비판했다.

  조장관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도 여전히 싸늘하다. 여론조사마다 부정적인 여론이 50%를 넘어서거나 육박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 같았으면 진즉 기가 꺾였을 것 같은데 조장관은 좀 다른 것 같다.

  지난 90년대 전북지사를 지낸 이강년씨는 반강제적으로 김영삼정권의 신한국당에 차출되어 전주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인이 되려면 세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돈을 만들 줄 알아야 하고, 거짓말에 능숙해야 하며, 얼굴이 두꺼워야 한다”고 했었다. 지금 정치인도 돈 문제는 좀 달라졌는지 몰라도 거짓말 잘하고, 뻔뻔해야 하는 것은 똑 같은 것 아닌가 싶다.

  문제는 만약 조장관 부인이 구속되는 상황이 된다고 하면 조장관도 업무수행이 어려울 것 아닌가 하는 점인 것 같다. 물론 조장관 부인이 구속됐다 해도 그것 자체로 유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통념상 국민들이 조장관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도내 한 단체장은 부인이 자치단체 업무와 관련된 비리혐의로 구속됐는데도 임기까지 그의 직책을 수행한 사람도 있었다. 당시 시중에서는 “부인이 한 짓을 남편이 모를 리 있느냐”고 입방아를 찧어댔지만 그 단체장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었다.

  조장관도 청문회 당시 “자기 부인이 잘못이 있다면 처벌받아야 한다”고 몇 차례 답변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 부인이 처벌을 받는다 해도 검찰개혁 소명을 주장하며 장관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조장관 부인을 사문서위조혐의로 전격 기소하자 그의 페이스북에 “우리도 이참에 선진국 사법질서를 경험해보자”고 주장한 바 있다. 검찰 인사권을 가진 법무부장관과 수사권을 가진 검찰총장이 서로 견제하고 협력하는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한 것 아닌가 싶다.

 다만 지금 국민들은 무척 혼란스럽다는 사실이다. 특히 획일주의적 사고에 강한 50대 이상 국민들로서는 부하가 상관을 수사하는 ‘하극상’ 형국이 된 지금의 사태를 정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조장관 사건에 관한 진실이 하루빨리 정리될 수 있기를 지금 국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 박장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