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중씨(48)는 평범한 한의사다. 그는 대통령 국회 탄핵 의결을 앞두고 지난 5일부터 전화기를 들었다. 탄핵에 대한 입장이 불분명한 국회의원들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입장을 묻고, 유권자로서의 뜻을 전했다. 

그는 각 의원실과의 통화 내용을 중계방송하듯 자신의 SNS에 옮겼다. 의원 사무실 관계자의 발언과 태도까지 상세하게 밝혔다. 국민들이 탄핵에 더욱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대통령의 탄핵안 의결을 앞두고 40여명의 국회의원실에 전화를 걸어 유권자의 뜻을 전한 김길중 한의사.

탄핵을 이틀 앞둔 7일까지 29명의 국회의원 사무실과 통화를 했다. 대부분 유보 입장을 보인 의원들이다. 8일 저녁까지 40여명과 통화할 예정이다.

그는 탄핵을 낙관했다. 최소한 220명은 찬성할 것으로 예측했고, 반대 입장이 급격히 무너질 경우 10여명을 제외한 모두가 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회 또한 9일 국회앞 집회와 본회의장 방청을 허용했다.

8일 오전 11시께 그와 전화를 통해 인터뷰를 했다.

▲ 언제부터 국회의원실에 전화를 시작했고, 현재 몇 명과 통화를 했는지...?

⇒ 5일 월요일부터 전화를 시작했습니다. 새누리당 의원 가운데 입장이 불투명한 의원을 우선으로 선정했고요. 서울 등 경기권, 경북 지역 의원 사무실에 전화했습니다. 어제까지 의원실 관계자 29명과 통화를 했고, 오늘도 계속 하려고 합니다. 40명은 채우려고 합니다.

▲ 의원실과 통화를 하면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 대부분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의원들이라 불편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 말고도 많은 전화가 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부분 탄핵안에 찬성하라는 같은 주문이었을 것입니다.

일반 유권자가 국회의원에게 전화를 한다는 것은 개인적인 명령이나 주문을 요구하는 건데요, 그동안 당론이나 의원 개인의 입장에 따라 표결하다가 이번에는 유권자들의 눈을 의식해서인지 어쩔 줄 몰라 하는 눈치였습니다.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의원실에서도 ‘부정한다.’고 단언하지 못했습니다. 명분을 찾지 못하는 것 같았고, 속으로는 탄핵에 동조하는 것으로도 이해가 됐습니다.

▲ 통화에서 느낀 분위기를 바탕으로 내일 탄핵안에 대한 국회 표결을 어떻게 예측하는지...?(현재 야당 의원은 172명, 의결정족수는 200명)

김길중 한의사.

⇒ 적어도 220명은 찬성할 것으로 봅니다. 상황에 따라 250명 이상이 될 수도 있고, 여권이 급격하게 무너질 경우 10여명을 제외하고 절대 다수가 찬성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생각보다 찬성하는 의원들이 많습니다. 이정현 의원실의 경우 그동안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으나 어제 통화에서는 ‘반대는 아니다.’라는 애매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 어떻게 의원실에 일일이 전화할 생각을 했는지...?

⇒답답해서 나섰습니다. 국민의 뜻을 국회의원들이 받아서 국정에 반영해야 하는데, 촛불의 뜻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선 겁니다. ‘촛불’을 넘어 의원들에게 구체적으로 찬성을 독려하고, 입장을 듣기 위해 시작한 것입니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개별 의원에게 의견을 듣고 국민으로서 명령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골박’이라고 분류되는 윤상현의원실 같은 경우는 전화를 아예 받지 않고, 모의원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탄핵 반대하는 것은)국민에 대한 반역’이라는 생각이지만 의원의 입장이 있어 공식 입장을 자제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함께 나누고 싶은 말은...?

⇒ 친박이고 비박이고 가릴 것 없이 여권이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 다르고 오후 다를 것입니다. 그리고 내일은 한시각 한시각 지나면서 달라질 것입니다. 국민들의 매섭고 힘찬 추궁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닥치고 탄핵하라’는 주권자들의 엄중한 목소리를 여의도로 보내야 합니다. / 강찬구 기자

<김길중씨의 최모 의원실과의 통화 일부>

김 : 최 의원실에 묻는데요. 탄핵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계세요?

상대 : 아직 입장이 정해진 게 없습니다.

김 : 왜 입장이 없어요? 최 의원님은 지금 시국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나 보죠?

상대 : 그렇지 않고 엄중하게 생각합니다. '박근혜 정부의 여러 행태에 대해 분노하고 계십니다'

김 : 그런데 왜 입장이 아직도 없어요?

상대 :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판단하려고 하신것 같습니다.

김 : 지금 민심을 모르세요? 제가 한번 말씀드려 볼까요?...  /